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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기타

2024 스마일런 페스티벌 - 하프마라톤 후기

 대학 시절에 마라톤 동아리였다.

 원래 러닝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갔던 건 아니었고,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돈을 쓰긴 싫어서 ^^ 세상에 이보다 가성비 운동이 또 없어 보여서 입부했었다.

 

 처음엔 2-3분 쉬지 않고 뛰는 것도 버거웠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뛰다 보니 점점 한번에 뛸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났다. 그렇게 1km, 2km 거리가 늘어나다 보니 러닝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하기 전에 풀마라톤은 아니더라도 하프마라톤은 뛰어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터져 버렸다. 동아리 활동이 금지되었을뿐더러, 혼자서 뛰려고 해도 도무지 마스크를 끼고는 못 뛰겠기에ㅜㅜ 졸업 전 하프마라톤의 꿈은 흐지부지되고 말았었다.

 

 그러다 올해 하프마라톤에 재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예전에 읽었던 책을 기반으로 6월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마라톤 풀코스 16주 완주 프로그램> 이라는 책으로, 마라톤 동아리 선배님이 추천해주셨던 책이다.

이 표에서 8주 연습하면 하프마라톤 거리이기에 마라톤온라인 사이트 (http://www.marathon.pe.kr/schedule_index.html)에서 9월에 여는 하프마라톤 대회가 있는지 찾아보았고, 그렇게 9월 1일에 여는 2024 스마일런 페스티벌을 발견했다.

 

 2017년엔가 2018년엔가 스마일런 5km에 참석해 본 적이 있었다. 구강암 환자들 후원하는 마라톤이었던 것 같은데 계속되고 있는 걸 보니 반가웠다. 9월 1일이면 너무 덥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지만, 처서 지난 뒤면 그래도 괜찮을 듯해 6/27에 참가를 신청했다. 참가비용은 5만원!

 

 여름 동안 일주일에 3-4회씩 연습하며 하프마라톤을 준비했고

 대회 일주일 전 물품이 배송됐다.

 

 마라톤 대회에서 러닝복이나 러닝벨트 같은 러닝 용품 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게 없어서 살짝 실망할 뻔했는데...! 막상 택배를 열어보니 구성품이 상당히 괜찮았다. 전동칫솔과 칫솔, 치약, 가글, 자일리톨, 아쿠아픽 상품권. 치과의사협회에서 주최하는 티를 뿜뿜하는 알찬 구성.

 그렇게 배번호를 가방에 소중히 넣어두고 설레어 하면서 일주일을 보냈다.

 

 대회 전날인 8월 31일, 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집결지가 여의나루역이었기에 5호선 라인에 있는 을지로 4가역 근처 캡슐호텔 더캡슐에서 하루 묵었다.

 

 캡슐호텔이라 엄청 좁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넓었다. 침구도 깨끗하고 Wifi도 잘 터지고, 괜찮았던 숙소. 모기가 한 마리 있던 게 흠이었으나 모기기피제를 미리 챙겨가서 물리지는 않았다.

 

 7시에 일어나서 집에서 챙겨간 바나나 한 개와 초코바 하나를 으적으적 먹으며 을지로 4가역으로 향했다.

5호선에는 딱 봐도 마라톤 참가하러 가는 복장의 사람들이 이미 한가득 타 있었다. 무릎에 스포츠 테이핑한 사람도 많았고 이미 배번호를 붙인 사람도 있었다. 다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장딴지가 튼실했다.

 

 8시에 집결지인 여의도공원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하늘이 참 맑았다.

 

 부스 구경하고, 선크림 바르고, 경품권 응모하고 (당연히 안 뽑혔다), 물품보관소에 짐 맡기고, 스트레칭하고 나니 어느새 대회 시작 시간인 9시...!

 

 하프가 제일 먼저 출발하고, 그 다음 10km, 그 다음 5km 가 출발했다.

항상 10km, 5km 대회만 나가서 기다렸다가 뛰었는데 제일 먼저 출발하게 되니 기분이 좋았다 ㅎㅎ. 물론 들어오는 건 제일 뒤에 들어올 테지만. 

 이어버즈를 귀에 끼고, 엄선해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고, 갤럭시워치에서 달리기 시작 버튼을 누른 뒤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뛰는데 한강이 너무너무 예뻤다. 연습하면서 내내 런닝머신에서 뛰거나 밤에만 뛰었기 때문에 (이번 여름은 인간적으로 너무 더웠다..) 야외 러닝의 참맛을 잊고 있었는데, 눈부시게 예쁘더라.

 

 그렇게 초반에는 마냥 신나서 좋아서 뛰다가 ㅋㅋㅋㅋ 5km 즈음부터 내가 심하게 오버페이스했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나는 분명 몸이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갤럭시 워치 심박수가 183~185가 나오는 거다.

 

 내 목표는 언제나 완주였고 기록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5km 지나서부터는 그냥 뛰다 걷다 했다.

 사실 대회 전부터도 내가 21km를 다 뛰지 못할 거라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7월에 장염으로 일주일간 앓아누웠고 8월 중순에 코로나로 또 4-5일 앓아누워서 처음 계획대로 연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번 앓아누울 때마다 근육이 훅훅 빠지더라.

 그래도 아주 쪼끔 아쉬웠던 건, 연습할 때는 그래도 10km 정도까지는 안 쉬고 뛰었었는데 페이스 놓쳐서 겨우 5km 뛰고 걸어 버렸다는 것ㅜ 하지만 어쩌겠나, 연습 부족인데 받아들여야지.

 

 2.5km마다 있던 급수대에는 바나나, 물, 게토레이가 있었다. 급수대마다 꼬박꼬박 물과 게토레이를 다 챙겨 마셨다. 워낙 더워서 안 챙겨 마시면 자칫하다 큰일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뛰다가 한 분이 쓰러져 계시는 걸 봤다. 자원봉사자 분이 구급차 부르시더라.)

 도착지점에는 처음 보는 복숭아맛 음료가 있었다. 데이플러스 포스트 바이오틱스라는데 제로음료치고 인공감미료 맛도 안 나고 맛있었다. 근데 러닝하고 목마른 채로 음료수 마시면 모든 음료수가 맛있긴 하다.

 

 도착 이후 수령한 물품에는 물, 메달, 카스타드 2개, 초코바 2개, 마데카 쿨링시트가 들어 있었다. 하도 날이 더워서 초코바는 그냥 액체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ㅎㅎ 앉아서 카스타드나 먹었다.

 

 ㅎㅎ 뒤에 50명밖에 없는, 비루하기 짝이 없는 꼴찌 그룹의 기록이지만...

 그래도. 남들이 뭐라하든 나는 자랑스럽다. 7월에 장염 걸린 직후엔 2km 뛰고 어지러워서 주저앉았었는데 한달만에 21km 완주를 해냈다. 한때 내가 절대 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거리를 연습해서 어쨌거나 뛰어 냈다는 게 뿌듯하다.

 

 5km, 10km 나갈 때는 메달 받아도 큰 감흥이 없었는데 하프 메달은 기분 좋았다.

 5km, 10km 연습할 때는 그냥 재밌기만 했는데 하프 연습할 때는 계속 때려치고 싶었어서 그런 것 같다ㅋㅋㅋㅋㅋ

한 번에 뛰는 거리가 13km 넘고부터는 계속 '이번에 하프 나가고 나면 다시는 10km 이상 뛰지 않겠다' 고 생각한 듯. 연습 내내 재미보다 힘듦이 훨씬 컸는데도 내가 인내해 냈다는 게 뿌듯했다.

 

 끝나고 한참 동안 앉아서 쉬다가 돌아가며 찍은 사진.

 

라면이 땡겨서 편의점에서 천원짜리 김치사발면 사 먹은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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