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고 이야기 (10) 썸네일형 리스트형 양서고 이야기 9. 수행평가 양서고 다니면서 기억에 남았던 수행평가들이 몇 있어 적어보려고 한다. 1. 체육 수행평가 1학년 때 학년 전체가 유도를 배웠다. 그래서 유도복을 들고 있으면 무조건 1학년이었다. 아직도 양서고 신입생들 유도 배우려나? 유도는 전방/후방/측방낙법, 업어치기까지 배웠다. 업어치기는 친구를 업어치는 걸로 점수를 매겼기 때문에, 키 작고 마른 친구들이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체육 잘하는 건장한 남학생 K도 러브콜을 받았는데... K는 수행평가 치는 친구가 업어치는 척을 하면 타이밍에 맞게 몰래 점프를 해서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 업어치는 사람이 A+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유도는 재미있긴 했지만 기숙사에서 유도복 세탁하기가 어렵다 보니 여름철에 유도복 냄새가 심했던 기억이 난다. 2학년 1학기.. 양서고 이야기 8. 생물들 (2편) (1편에서 이어짐) 4. 포유류4-1. 고양이 고등어와 굴비라는 두 마리의 학교 고양이가 있었다. 고등어는 고등어 태비였고 굴비는 치즈냥이였다. 둘 다 새끼때부터 학교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산 탓에 끝내주는 개냥이였는데,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너무 없다 보니 맨날 축구 골대 앞 인조잔디에 누워있어서 남학생들이 축구하다 방해받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고등어가 사라지더니 굴비마저 자취를 감췄다. 어디 갔을까... 4-2. 들개 딱 한 번 봤다. 두 마리가 쌍으로 학교에 출몰했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처음에는 개가 아닌 줄 알았다. 사람 허리까지 오는 크기였고 골든리트리버 성견보다 컸다. 한 녀석은 케르베로스마냥 온몸이 새카맸고 다른 녀석은 무슨 색이었는지 기억 안 난다. 얘네가 학교에 침입한 날 .. 양서고 이야기 7. 생물들 (1편) 양서고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시골 학교다. 대입에서 농어촌 전형이 적용되고 아침이면 기숙사에서 이장님 방송 소리가 들리는, 그런 찐 시골이다. 공기 맑고 물 맑고 별 잘 보이는 조용하고 한갓진 동네. 시골이다 보니 교내에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 많이 살았다. 교내에서 척추동물 중에는 어류 빼고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를 볼 수 있었고 무척추동물 중에는 곤충류, 다지류를 볼 수 있었으니... 의도치 않은 자연 생태학교였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글에서는 양서고에서 만난 여러 생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1. 양서류1-1. 참개구리 학교 다니는 동안 참개구리를 정말 많이 봤다. 근처에 두물머리가 있어서 그랬다. 1학년 때까지는 꽤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2학년이 되면서 참개구리에.. 양서고 이야기 6. 경의중앙선 1. 양서고는 경의중앙선 양수역과 딱 붙어 있다. 양수역 2번 출구에서 50m 거리다. 그래서 부모님이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시는 게 아니면 보통 학교 출입은 경의중앙선으로 했다. 난 이 점을 꽤 좋아했는데, 교통이 편리해서만은 아니었다. 해리 포터 생각이 나서였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우리 세대에는 해리 포터 광인들이 꽤 많았다. 11살에 부엉이가 안 온 걸 보고 '아직 만 11세가 아니어서 그렇다' 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던 사람이 우리 세대에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거다. 해리 포터 전 권을 열 번씩은 읽었고 은 최소 서른 번 읽었던 사람으로서, 기차를 타고 가는 기숙사 학교? 이런 낭만을 놓칠 수는 없지. 경의중앙선 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전철의 배차간격은 3.. 양서고 이야기 5. 급식 나는 고1 때 아주 잠깐 양서고 교사를 꿈꾼 적이 있다. 교직에 뜻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양서고 교사를 하면 은퇴할 때까지 양서고 급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만큼 급식이 맛있었다. 급식 질이 좋아 영양사 선생님께서 무슨 표창도 받으셨다고 했고 (자세히는 모름), 입학설명회에서는 매번 ‘맛있는 급식’을 학교 장점으로 강조했다. 게다가 급식비도 저렴했는데, 양평지역 쌀과 한우를 써서 비용 절감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어디선가 들었다. 문제라면 칼로리와 맛은 비례하기 마련이라 살찌는 학생들이 속출했다는 것... 10kg 찐 친구들도 꽤 봤다. 양서고에서 맛있었던 메뉴를 대보라고 하면 졸업한 지 9년이 지난 지금도 줄줄이 나온다. 치킨마요, 화덕피자, 수제요거트, 치즈불닭, 나가사끼짬뽕, 파닭, .. 양서고 이야기 4. 배달음식 (치킨신드롬 양수점) 이 글의 제목은 배달음식이라고 쓰고 신드롬이라고 읽는다. 왜냐하면 신드롬 외에 우리가 많이 시켜 먹던 곳들은 전부 망해버렸기 때문. 네네치킨은 학교 다니는 동안 사라졌고, TOT는 졸업 직후 거의 바로 망했다. 아딸도 언젠지는 모르지만 망했다더라. 내게 양파닭과 스노윙치킨이라는 신세계를 알려 준 네네야 안녕. 골드다릿살버거가 참 맛있었던, 고3 내내 1-2주에 한 번은 시켜 먹었던 TOT야 안녕. 그렇지만 양서고 학생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다. 신드롬 하나만으로 글 분량은 넉넉히 뽑는다. 치킨신드롬은 양수역 2분 거리에 있는, 매장에 4개 테이블이 있는 작은 치킨집이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치킨신드롬 양수점을 검색해 보면, “근처 고등학교 다녔던 친구가 추천해줘서 두물머리 여행 온 김에 와 보게 되었어요~.. 양서고 이야기 3. 괴담과 전설 당신은 귀신을 믿는가? 나는 귀신의 존재에 대해 불가지론적인 입장이었다. 설사 귀신이 존재한다고 해도, 어차피 나는 영적으로 둔감해서 모를 테니 있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양서고에서 2가지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나서는 귀신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파묘에 나오는 귀신이 아니라 해리포터에 나오는 사람 놀리기 좋아하는 피브스 느낌이긴 하지만…. 1. 2기숙사 404호 1학년 여름방학 때 일이다. 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기숙사에 잔류할지 본가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동안은 아무래도 사교육을 받기 어려웠어서, 보통 학원 수업이나 과외를 원하는 학생들은 본가로 갔다. 나는 룸메이트 J와 함께 기숙사 잔류를 택했다. 사교육보다 자율학습이 .. 양서고 이야기 2. 은어_JP, BK, 타방 외 1. 다음 은어는 JP다. 양서고 내의 커플을 일컫는 말이다. JP는 학년별로 뜻이 다른데, 이하와 같다. 1학년: J (X나) P (풍기문란) 2학년: J (진정한) P (파트너) 3학년: J (재수) P (파트너) 교지편집부(프레스) 선배 누군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JP의 첫 출발은 ‘X나 풍기문란’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JP라는 초성이 ‘재수 파트너’에 들어맞아 자연스레 3학년은 그렇게 정해졌으며, 두 뜻이 모두 부정적인 게 안타까웠던 모 선생님이 ‘진정한 파트너’를 추가하셨다고 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파트너’나 ‘재수 파트너’나 둘 다 그렇게 들어맞지는 않는 듯하다. 재학시절 JP 중 현재까지 사귀고 있는 친구들은 한 커플도 없다. 그리고 3학년 때 JP 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한 명은 좋..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