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은 배달음식이라고 쓰고 신드롬이라고 읽는다. 왜냐하면 신드롬 외에 우리가 많이 시켜 먹던 곳들은 전부 망해버렸기 때문. 네네치킨은 학교 다니는 동안 사라졌고, TOT는 졸업 직후 거의 바로 망했다. 아딸도 언젠지는 모르지만 망했다더라. 내게 양파닭과 스노윙치킨이라는 신세계를 알려 준 네네야 안녕. 골드다릿살버거가 참 맛있었던, 고3 내내 1-2주에 한 번은 시켜 먹었던 TOT야 안녕.
그렇지만 양서고 학생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다. 신드롬 하나만으로 글 분량은 넉넉히 뽑는다.
치킨신드롬은 양수역 2분 거리에 있는, 매장에 4개 테이블이 있는 작은 치킨집이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치킨신드롬 양수점을 검색해 보면, “근처 고등학교 다녔던 친구가 추천해줘서 두물머리 여행 온 김에 와 보게 되었어요~.” 라든가 “고등학교 다닐 때 정말 맛있게 먹었던 치킨이에요~.” 로 시작하는 블로그 포스팅들이 즐비하다. 아마 십중팔구는 양서고 출신일 거다. 그런 포스팅들을 보고 그 얼굴 모를 동창/선배/후배에게 묘한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리라.
치킨신드롬은 양수에만 있는 치킨집이 아니라 체인점이다. 그렇지만 경기도 및 서울, 부산 다른 지점에서도 신드롬을 먹어 본 동창들에 따르면 다른 지점에서는 양수점에서만큼의 맛이 안 난다고 한다. 비슷한 예로 근처 남양주 기숙사 고등학교인 와부고의 코리엔탈깻잎치킨이 있다. 대학 시절 만난 룸메이트가 와부고 출신이었는데, 내가 신드롬 추억팔이를 했더니 웃으면서 코리엔탈깻잎치킨 이야기를 해줬다. 옛 맛이 그리워서 서울에 있는 지점으로 먹으러 갔는데 남양주의 맛이 전혀 아니었단다.
이렇게 쓰면 둘 다 기숙사 학교에서 먹던 치킨이니 몰래 먹던 추억 때문에 기억 보정이 들어간 거 아닌가 싶겠지만, 아니다. 양수점은 전국 신드롬 가맹점 매출 1위를 여러 번 했던 집이라고 했기 때문. 사장님께서 양서고 학생들에게 자랑하셨다.
이 집에서 시켜야 할 메뉴는 사진 속 메뉴인 핫스페셜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그리고 졸업 이후 간간이 양수리 놀러 갔을 때도 거의 항상 핫스페셜을 먹었다.
이 치킨은 매운 간장 마늘 양념 치킨이다. 미친 거 아닌가. ‘매운’ ‘간장’ ‘마늘’ ‘양념’ 한국인이 환장하는 치킨의 양념맛 4콤보를 모두 갖췄다. 가히 도파민 대폭발 치킨이라 할 수 있다. 구성은 닭다리+날개+봉+떡.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 중에는 교촌 레드콤보와 제일 유사하지만 그보다는 덜 맵다. 그리고 더 맛있다. 기본적으로 교촌보다 닭 크기가 커서 육즙이 더 풍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레드콤보에서 매운맛이 덜어진 부분을 간장과 마늘 양념의 달고 짠 맛이 메우는데 그 맵단짠 맛의 밸런스가 절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핫스페셜에서 맵기를 올린 쏘핫스페셜이라는 메뉴도 있는데, 고2 때 6명 중 3명이 먹다가 운 뒤로는 안 시켰었다. 맵부심이 있다면 먹어볼 만하지만 개인적으론 핫스페셜이 더 맛있다.
이 치킨의 특이점으로는 향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기숙사에서 배달시킬 때, 다른 치킨을 시킬 때보다 훨씬 긴장됐다. 다른 치킨은 라면박스 같은 걸로 싸서 들고 가면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방으로 들고 갈 수 있었는데, 신드롬은 라면박스로 싸도 그 밖으로 냄새가 만 리 밖까지 새어나갔기 때문. 누가 몰래 신드롬 시켜서 복도를 지나가면 그 층 학생들은 다 알았을 정도랄까. 그래서 신드롬을 시키면 증거 인멸을 위해 열심히 페브리즈를 뿌리곤 했다.
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얼마 전엔 좀 서러운 일도 있었다.
몇 달 전 대학 동기들과 당일치기로 양수리 두물머리에 놀러 갔다. 여행 전부터 나는 양수리에 가면 한 끼는 꼭 신드롬을 먹어야 한다고 노래를 노래를 불렀다. 이건 현지인 픽이니까 진짜 꼭 먹어야 한다고. 그래서 저녁에 신드롬을 먹기로 계획하고 갔는데, 막상 갔더니 점심으로 대패삼겹에 연핫도그에 빵까지 먹은 탓에 다들 배가 너무 부르다며 저녁은 스킵하고 귀가하자는 거다.
신드롬을 못 먹는 게 너무 아쉬워서 포장이라도 해갈까 고민했지만, 향이 강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도저히 그걸 들고 전철에 탈 수가 없었다. 비닐로 몇 겹을 포장해도 분명 냄새가 날 거라서... 결국 입을 쩝 다시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배부른 동기들이 이해되면서도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너희는 여기 두물머리 보러 온 거지만 나는 신드롬 먹으러 온 건데. 너희가 이 맛을 알았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머릿속으로 신드롬 먹는 시뮬레이션을 얼마나 많이 돌렸는데.
저랑 핫스페셜에 생맥주 함께하실 동창 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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